2024. 02. 11., 부산 수영구 남천동

우물쭈물거리는 마음도 사랑에 가깝겠습니다

설렘과 두려움은 때로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일요일에 광안대교를 지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어요. 바다 위에 있다는 것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헷갈렸습니다.

우물쭈물거리는 마음도 사랑에 가깝겠습니다.

충주호의 설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아침에 정기 미팅을 가졌습니다. 가족 일 때문에 연구에 진행 사항이 없어서 특별히 보고할 건 없었지만 최근 연구와 관련해서 드는 고민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틀린 생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수님도 제 생각에 동의해주셔서 안도했습니다.

피부과를 예약했습니다. 월요일에 사촌형이 턱 보톡스를 추천해줬는데, 마침 몇 주 전부터 한번 맞아볼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몇 십 분 고민하다 바로 내일 방문하는 걸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동아리방에서 일했어요. 해야할 일은 많은데 왜이렇게 집중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데이터셋만 좀 고쳤어요.

2024. 02. 0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성로16번길 10 1층

오래간만에 방송국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술 마시러 갈 때쯤 만나려고 했는데, 심심해서 그냥 저녁부터 함께 했어요. 저녁으로 슥뷰에서 닭갈비를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일하시는 분이 그냥 한번쯤 먹어볼 맛이라고 식당을 소개하셔서 재밌었어요. 얌전히 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술 들어가니까 신나서 2차 때 할 말 안할 말 다 해버렸습니다. 형이 여기까지 마시자고 했을 때 말 들었어야 했는데…

일어났는데 손가락 끝이 조금 까져있었습니다. 필름이 끊긴 사이에 넘어졌음을 직감했어요. 그래도 엉덩이가 아픈 걸 봐서 안전하게 넘어졌음을 깨닫고 안심했습니다.

씻고 방에 들어가면서 방문 옆에 핏자국이 묻은 걸 봤어요. 형이 그만 마시자고 했을 때 말 들었어야 했는데… 다시 후회했습니다.

피부과를 갔습니다. 피부과는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애써 덤덤한 척 했습니다. 그런데 꼭 이런 척 하면 티나던데. 시술은 한 2분 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주사 아프다고 하던데 크게 아프진 않았습니다.

KFC에서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출근해보니 2시였어요. 이번주에 오늘 하루 출근하면서 지각이라니 꽤나 발랑까진 대학원생입니다.

부장은 같은 연구실에서 연구참여 중인데, 마주보는 자리를 씁니다. 연구실에 같이 있을 때도 DM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보톡스 맞았다고 하니까 얼굴을 빼꼼 내밀어서 저를 쳐다보는게 너무 귀여웠습니다.

3시에는 교수님과 미팅을 가졌어요. 한 건 없지만 발칙한 상상이 많이 떠올라서 다행이었습니다. 50분 내내 랜덤 아이디어들을 쏟아냈어요. 교수님이 흥미롭게 들으시면서 오구오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024. 02. 08.,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67.

기분 전환도 할 겸 부장이랑 잠깐 고어라운드에 갔어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아서 한라봉에이드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카페들 보통 에이드가 너무 달아서 싫어하는데, 여기 에이드는 딱 과일의 당도 만큼만 달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원래 오늘 러닝을 하려고 했는데, 시술 당일에 운동을 하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동아리방에서 동아리 탐방 때 쓸 장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이때 만들어두길 잘한 것 같아요.

2024. 02. 08., 경북 포항시 남구.

장표를 완성하고 부장 집에 갔습니다. 저번주에 했던 더 루프가 너무 재밌었어서 이번주에 와장이랑 부장이랑 한번 더 하기로 했었거든요. 셋 다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라 일단 저녁을 먼저 먹었습니다. 근처 족발 집에서 족발을 포장해왔어요. 불족발은 맛있었는데, 그냥 족발은 별로였습니다.

2024. 02. 08., 경북 포항시 남구. 2024. 02. 08., 경북 포항시 남구.

첫 판은 일반 모드인데 저번에 해보지 않은 확장팩 직업들로 플레이했어요. 저는 고양이를 골랐습니다. 게임 말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특히 뒷면의 저 꼬리?!!! 컨셉은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는데 직업 효과가 재밌진 않았습니다.

2024. 02. 08., 경북 포항시 남구

두번째 판은 어려운 모드를 했어요. 어려운 모드라고 되어있어서 매우 긴장하면서 했는데 오히려 일반 모드보다 밍숭맹숭하게 끝나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혹시 룰을 잘못 알고 있나 셋이서 의심했어요.

새벽 2시가 되었습니다. 방까지 걸어갈까 했는데 무서워서 택시를 탔어요. 택시 탈 때까지 기다려준 와장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아침 10시 버스에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터미널에 마중나와줬어요. 집에 짐을 놔두고 할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문안을 하러 왔는데 1층에서 어떤 분이 직원 분들께 짜증이 섞인 고함을 몇 십분 째 지르고 있더라고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할머니의 화색이 좋아져서 다행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랑 약속한게 있어요. 본가에 TV가 고장난지 5년이 넘어서, 퇴직금을 받으면 본가에 TV를 사주기로 약속했었습니다. 바빠서 치일피일 미루다가 2024년 모델들이 나오기 직전인 지금이 타이밍이 좋은 것 같아서 아빠와 함께 TV를 보러 돌아다녔습니다. 개인적으로 OLED를 좋아하지 않아서 QLED 계열로 찾아보고 다녔어요. 이것저것 살펴보고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기숙사 방에 놓을 냉장고도 샀습니다.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 진열상품을 할인해서 팔고 있더라고요.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괜찮아서 이 참에 방에 냉장고도 장만할 겸 사버렸습니다.

저녁에 엄마를 만나서 외식을 했습니다. 고등어조림과 삼치구이를 먹었어요. 오늘 생선 별로라고 툴툴거렸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있었어서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밤에는 엄마 아빠랑 집에서 술자리를 간소하게 가졌습니다.

2024. 02. 10., 부산 사상구 가야대로 368 2층.

아침 일찍 산소를 갔다와서 집에서 뒹굴거렸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집 밖으로 나갔어요. 맥도날드에서 소프트콘이랑 라즈베리파이를 먹었어요. 소프트콘을 참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가 왕복 8km 거리에 있습니다. 소프트콘 하나 먹으러 8km 움직이는건 좀 그래서… 본가에 올 때마다 소프트콘을 먹어요. 소프트콘에 라즈베리파이,, 나한테는 이게 해피밀이고 맥모닝이야,,

동아리 탐방 때 쓸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찾아보다 일어나는 사람이 있길래 쳐다보면서 스타디움 자켓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뚝딱뚝딱거렸습니다.

저녁으로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

포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일기를 썼어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꼭 바다를 닮았습니다. 하늘이 깊다는 표현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파도 치지 않는 바다도 꽤나 예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장구를 칠 수는 없을까요?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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